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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코앞서 총기 난사 워싱턴 백색테러 긴장

백악관 코앞서 총기 난사 워싱턴 백색테러 긴장

Posted June. 12, 20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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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900m가량 떨어져 있는 관광명소인 미국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박물관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총을 난사해 경비원 1명이 숨지고 범인은 중태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래 극우주의자의 준동을 우려해온 미국사회는 내국인에 의한 테러에 경계를 바짝 조이는 분위기다.

백악관 부근서 대낮 백색 테러

10일 낮 12시 50분경(현지 시간) 홀로코스트 박물관 정문에 들어선 제임스 본 브런 씨(88)가 다짜고짜 경비원들에게 총을 발사했고 경비원들의 응사로 총격전이 벌어졌다. 39세의 흑인 경비원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브런 씨는 얼굴에 총을 맞아 중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학살당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 박물관은 백악관에서 남쪽으로 다섯 블록가량 떨어져 있으며 한 해 200만 명이 찾는 워싱턴의 관광명소다. 사건 당시 박물관엔 학생 등 수백 명의 관광객이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특공대와 헬리콥터가 긴급 출동해 박물관 주변을 봉쇄했다. 경찰은 브런 씨의 노트북에서 대성당 등 10곳 이상의 워싱턴 시내 명소 리스트를 발견해 폭발물 탐지반을 급파했다.

백인우월주의자, 과거에도 중무장 테러 미수

브런 씨는 인권단체와 수사당국이 오랫동안 요주의 인물로 주시해온 백인우월주의자다. 30여 년 전 이혼하고 메릴랜드 주 애나폴리스에서 혼자 살아온 그는 유대인과 흑인을 공격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서적 집필 등을 통해 홀로코스트 조작설 등 수많은 음모론을 유포해왔다.

1981년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들이 모임을 가질 예정인 연방정부 건물에 리볼버 권총과 흉기 등으로 무장한 채 들어가 경비원에게 총을 겨눴다가 체포돼 6년간 복역했다. 당시 그는 FRB가 유대인이 미국 돈을 장악하도록 만들었다며 폴 볼커 FRB 의장을 납치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소 후 흑인 배심원과 유대인 변호사, 유대인 판사가 나를 감옥에 보냈다고 증오해왔다. 한때 아이다호 주 헤이든에 있는 백인우월주의자 집단 거주촌에 살기도 했다.

오바마 집권 이후 극우주의 불만이 범죄로

브런 씨가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범행 장소로 정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5일 독일 방문 때 부헨발트수용소를 찾아 유대인 학살 피해자의 명복을 빈 것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취임 이래 백인우월주의자나 인종주의자들이 준동하고 있는 조짐은 아직 없다.

하지만 낙태, 동성애 결혼, 줄기세포 연구 등 진보, 보수 간 갈등이 심한 사안들이 사회 이슈가 되면서 극우주의자들의 초조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엔 임신후반기 낙태시술 병원을 운영해 비판을 받아온 의사가 낙태반대론자에게 살해됐다. 미국의 증오범죄는 2000년 602건에서 지난해 92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