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염색체는 1890년 독일 학자 헤르만 헹킹이 처음 발견했다. 이 염색체가 여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헹킹은 별박이노린재라는 곤충의 정소()에서 추출한 특이한 염색체를 X염색체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이 염색체의 모양이 X자임이 알려져 있지만 그가 당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이 염색체가 너무 신비롭고 예외적(extra)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성은 수수께끼투성이란 점에서 괜찮은 작명() 같다.
Y염색체는 그보다 늦은 190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브린모어 여자대학의 네티 스티븐슨이 찾아낸다. 평생 쌀벌레의 일종인 거저리를 연구했던 그는 암컷에는 20개의 완전한 크기의 염색체가 있지만 수컷에는 19개의 정상 크기 염색체와 한 개의 아주 작은 염색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작은 염색체가 X염색체의 상대임을 깨달았다. X염색체는 남자가, Y염색체는 여자가 발견한 것도 운명의 장난일 듯싶다.
학자들은 X염색체와 Y염색체는 원래 같은 모양의 염색체였다가 분리된 것으로 본다. 둘이 결별하게 된 시점은 Y염색체가 성별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얻은 다음이다. 하지만 이혼 후 삶은 달라진다. Y염색체는 X염색체와 유전자를 교환할 수도 없고 다른 Y염색체와 공존도 불가능해져 점점 위축된다. 반면 X염색체는 화려한 싱글로 돌아온다. XX로 존재할 수 있는 X염색체는 다른 X염색체와 유전자를 교환하며 Y염색체 같은 퇴화를 겪지 않는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최근 PLoS 지네틱스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Y염색체의 유전자가 점점 줄어 결국 염색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애초 X염색체와 유전자 수가 비슷하던 Y염색체의 유전자는 현재 80개에 불과하다. 반면 X염색체의 유전자는 1100개나 된다. Y염색체의 퇴화를 요즘 남성의 여성화 현상과 연결짓기는 무리다. 그 대신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케임브리지대 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데이비드 브린베이지가 X염색체는 사회성이 좋다고 지적했다. 염색체건 사람이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관계 맺기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