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로 예정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가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나로호 성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로호는 무게 100kg인 과학기술위성 2호를 540초 만에 지상 306km 상공까지 올려 보내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를 위해 나로호에는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연료로 쓰는 액체로켓엔진과 고체엔진 등 2개 로켓이 실려 있다. 나로호에는 이 밖에도 비행 제어와 지상국과의 교신에 필요한 첨단 전자 장치들이 실려 있다. 나로호는 최첨단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재료공학이 결합한 공학 기술의 꽃이나 다름없다.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2호를 우주에 무사히 올려놓으면 한국은 자국 땅에서 국산 위성을 발사하는 10번째 나라가 된다.
성공땐 자국땅 자국위성발사 10번째 국가
지구 중력을 이기고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위해 나로호 가장 하단에는 1단 액체로켓이, 상단에는 고체로켓이 실려 있다. 무게가 140t이 넘는 나로호를 우주로 올려 보내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부분은 1단 액체로켓이다.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개발한 1단 액체로켓은 17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액체로켓의 연료로는 케로신(등유)과 액체수소, 디메틸 히드라진, 메탄 등이 쓰인다. 나로호는 이 중 RP1이라고도 불리는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며 산화제로 액체산소를 쓴다. 케로신은 로켓 엔진 안에서 폭발력 있게 잘 타도록 특수하게 정제한 등유다. 가솔린과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액체로켓 연료로 널리 사용된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권세진 교수는 케로신 엔진은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된 기술이라며 장단점이 있지만 상온에서 불안정한 수소나 독성이 강한 메탄 히드라진에 비해 비교적 검증된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1단 로켓이 발사 229초 뒤 196km 상공에서 작동을 멈추면 곧이어 상단 로켓이 점화된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상단 로켓은 위성을 300km 상공의 우주 궤도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고체로켓은 HTPB라는 플라스틱 성분과 알루미늄 가루, 과산화암모늄을 섞어 만든 고체 연료를 쓴다. 고체로켓은 구조가 간단하고 언제든지 발사하기 쉬워 주로 군사용 미사일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한번 연소를 시작하면 연료가 모두 소모할 때까지 작동하기 때문에 위성 발사 등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우주발사체로 사용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증안된 신형로켓 도입해 기술적 논란도
러시아의 흐루니체프사는 앙가라 1.1이라고 불리는 신형 RD-191M 로켓을 변형한 RD-151을 공급했다. RD-191M은 2011년 첫 발사를 목표로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신형 모델. RD-151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발사된 경험이 없고 아직도 개발 중인 신형 로켓의 시험용 로켓인 셈이다. 나로호의 총개발비 5025억 원 중 절반이 러시아에서 이 신형 로켓을 사오는 데 쓰였다.
19591999년 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은 총 4378회. 이 중 발사에 실패한 횟수는 390회로 91.9%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첫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와 프랑스, 이스라엘 등 세 나라에 머문다. 나로호에 대한 기술적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충분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신형 로켓을 도입한 이유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사를 불과 몇 주 앞두고 핵심인 1단 액체로켓의 연소 시험 과정에서 이상이 감지되면서 의혹은 가중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11일 러시아 측이 보내온 최종 확인서를 제시하며 나로호의 기술적 결함은 이제 없다고 밝혔지만 속 시원한 답변이 되지는 못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연소시험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발사 일정을 지난달 30일로 무리하게 잡은 이유는 명쾌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또 불과 몇 달 전 RD-151 엔진이 196t급 추력을 갖는 RD-191M의 성능을 170t급으로 떨어뜨린 변형 엔진이라고 했다가 RD-191M과 하드웨어 구조는 같고 일부 성능을 소프트웨어로 튜닝(세부조작)한 모델이라고 말을 바꾼 부분도 석연치 않은 점으로 남아 있다.
박근태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