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올 연말에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회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블 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의 위험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회복세가) 역회전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본부에는 세계경제를 분석하는 경제학자가 45명 근무하고 있다. 이들을 총지휘하는 한스 티머 경제전망 그룹 디렉터(사진)는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놨다.
경제위기가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생산과 성장의 하강이란 측면에서는 리세션이 끝났다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리세션을 높은 실업률 등의 관점에서 규정한다면 여전히 풀어야 할 거대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한국경제는 실제로 건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가.
한국 경제의 회복은 정부 부양정책의 성과인데 동시에 동아시아라는 지리적 위치 덕분이다. 그곳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일들에 덜 의존적이다.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은 적절했나.
신속하고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금융위기는 직접적으로 한국을 강하게 때렸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한국에선 자본유출에 대한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그런 우려들이 매우 효과적이고 재빨리 다뤄졌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회복이 지속가능한 건지에 대해선 일부 의문점이 있다. 즉 현 회복세는 주로 정부지출과 부양책에 의존했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게 아니다. 민간부문과 소비시장이 회복세를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민간부문이 앞으로 수년간 높은 생산성 성장이 있을 것이며 투자를 더 많이 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돌아오면 한국경제의 회복은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다시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없나.
주요 국가들의 위기 대응책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이었고 신속했지만 장기적으론 큰 과제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자산가치 거품을 어떻게 다룰지, 그리고 성장세로 돌아섰을 때 어떻게 균형성장을 이룰지 등이 과제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매우 우려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1년간 위기의 깊이를 목도했을 뿐 아직 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연내에 플러스 성장과 회복세가 나타나겠지만 내년에 상당수 국가에서 부양책이 끝나면 다시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