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쌀 10만여 t을 동아시아 국가들에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해외 쌀 원조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쌀 비축물량 72만 t 가운데 10만여 t을 동아시아 쌀 비축사업에 따라 지원할 것이라며 이 같은 대규모 원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011월로 예정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농림장관회담에서 이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쌀 비축사업은 2002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 대만 라오스 등 아세안 10국과 한중일 3국이 쌀을 공동 비축해 놓고 식량난 등 비상시에 판매 장기 차관 무상 지원 등을 하기로 합의한 사업이다. 한중일은 쌀이 충분한 편이기 때문에 사실상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각각 30만 t, 25만 t 지원을 밝힌 바 있으나 한국은 아직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외국 쌀 원조가 본격화됨에 따라 남아도는 쌀 문제를 개도국 원조로 풀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개도국 지원은 일시적으로 늘어난 쌀 물량을 해결하고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사상 처음 외국에 쌀 지원까지 추진하는 것은 쌀 재고가 넘쳐 창고가 부족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연이은 대풍작으로 산지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84만 t이라는 기록적인 대풍작으로 잉여 쌀이 넘쳐 15일 기준 2008년산 쌀 산지 값은 14만6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2007년산 쌀 산지 값 16만1700원보다 2만 원가량 떨어졌다. 올해도 풍년으로 460만 t 이상이 수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따라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일정 의무물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의무수입물량은 30만7000t으로 2005년에 비해 8만 t가량이나 늘어났다. 쌀 재고량은 지난해 69만 t에서 올해 약 81만6000t으로 늘었다.
정부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국수 쌀막걸리 등의 제조를 권장하는 한편 가공용 쌀(막걸리 과자 떡볶이 등) 가격을 28일부터 kg당 1446원에서 950원으로 약 34% 내릴 계획이다. 군대와 학교 급식을 위한 쌀 공급량도 늘릴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한 것이 쌀 과잉을 부추겼다며 대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1995년 이후 총 265만 t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그러자 최근 벼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농민단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쌀을 북한에 지원해서 재고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은아 윤완준 achim@donga.com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