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백지화는 말이 안 된다(지난달 23일)거나 저의 개인적인 정치 신념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지난달 31일)며 세종시 수정론에 제동을 걸어 세종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박 전 대표가 공세 모드로 나오자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에도 속도감이 붙었다.
박 전 대표는 추가 발언을 삼가고 있다.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대구시당과 대구시 간 정례 당정간담회에 참석했으나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14일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제9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구미를 찾을 계획이어서 발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 수위에 따라 세종시 정국은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박근혜의 힘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이 수정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결과에서 이 같은 기류를 엿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알파를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한 결과 세종시 원안 건설 의견이 41.2%로 나왔다. 기업 및 교육과학도시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30%)보다 11.2%포인트 높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9월16일 비슷한 조사를 했을 때 원안 추진 의견(39.0%)은 원안축소 또는 전면 백지화 의견(38.8%)과 비슷했다. 여론조사 기관은 세종시 원안 고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원안 고수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표의 공세를 계기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갈등이 확산되자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내 기구 구성도 어려움에 부딪혔다.
정몽준 대표는 2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조찬회동 직후 (세종시와 관련해) 빠른 시일 내에 당 내 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4일에도 국민적 관심이 높고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에 당이 손놓고 있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당내 기구 구성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방침이나 의견이 없는 상태에서 당내 기구를 발족하면 실체 없는 논의만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앞으로 구성될 당내 논의기구에 친이계 의원들만 포함된다면 반쪽짜리 기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