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중동계 국부()펀드인 자베스 펀드와 미국계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이 복수 선정됐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추가협의를 거쳐 연내에 최종 인수대상자를 확정해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그룹은 이번 매매로 1조4000억2조 원 가량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심각한 자금난에서 벗어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산업계에 인수합병(M&A) 붐이 불면서 경쟁적으로 M&A에 나섰다가 이른바 승자()의 저주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적지 않았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금호그룹 외에 두산 한화 유진그룹이 무리한 M&A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산업계는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냉철한 경영판단의 기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입찰에는 외국계 펀드나 컨소시엄 3곳만 참여하고 국내 대기업은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금호 측은 자베스 펀드와 TR아메리카컨소시엄이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투자자라고 밝혔지만 최종 가격협상까지 순조롭게 진행될지, 외국계에 넘어간 뒤 기술유출 같은 부작용은 없을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대우건설 노조가 금호측이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며 반발하는 것도 변수다. 금호와 우선협상대상자들은 향후 협상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에서 대우건설 처리 문제는 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나온 건설 조선 해운업 등 3개 업종 부실기업 처리방안은 아직 구체적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동부메탈 매각도 매매 협상 과정에서 가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지지부진하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전반적인 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본격적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세밀한 검토 없이 일정에 쫓겨 몰아붙이기 식으로 이뤄지는 졸속 구조조정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구조조정이 시급한 기업을 미봉책으로 질질 끌고 가다가는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부실 계열사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미래가 없는데도 계속 버티는 기업에는 대출 만기연장이나 신규대출 거부 등 강도 높은 대책으로 구조조정의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