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이나 원자재 등 상품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상품거래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상품거래소는 이르면 2011년경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상품 관련 거래를 전담하는 거래소 설립에 대해 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처럼 곡물과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을 유통하는 종합 상품거래소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848년에 설립된 시카고상품거래소는 곡물 중심의 선물거래를 주로 취급하면서 현재 전 세계 곡물 선물거래량의 8085%를 처리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상품 선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선물거래보다는 현물거래를 하는 상품거래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금과 돼지고기 등 2가지 상품의 선물거래가 이미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정부가 조세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금 거래소 설립 및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자료에도 현물거래 중심의 상품거래소 설립 방안이 들어있다.
정부가 상품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시장 양성화다. 금시장은 밀수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유통되는 금 물량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불투명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시장을 양성화하는 효과 외에 새로운 투자 시장이 하나 더 만들어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품거래소가 비용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책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금시장 양성화는 10%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없애 음성적 거래를 해봐야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느끼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각 상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한국의 상품거래소를 통해 상품을 활발하게 거래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에 개설된 금과 돈육 선물시장만 해도 거래실적이 미미한 상태다. 돈육시장은 지난해 7월 상장된 직후 일일 계약 수가 200건을 넘어섰지만 최근 1개월 동안 하루 평균 56건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 원자재, 곡물 등 각종 상품이 거래소 상장에 얼마나 적합한지 품목별로 검토하기로 했다. 수요가 많고 집산지와 가까워 인도하기 편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광주시와 전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상품거래소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는 특히 새만금지구에 상품거래소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상품거래소 설립 장소는 아직 정부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