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고질적 비리인 전관예우는 세계적으로 역사가 깊다. 중국 명나라 시절엔 전관예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의공()이란 제도가 있었다. 국가에 공적이 많은 퇴직 관료와 그 자손에게 각종 혜택을 줬다고 한다. 조선시대엔 이조()와 병조()가 임금에게 인사안()을 올릴 때 퇴직 상관들을 우선적으로 천거하는 행태가 심했다. 세도정치와 당쟁의 근간이 됐음은 물론이다. 옛날 조정의 이런 풍토가 오늘날 법조계 전관예우로까지 확산됐다는 가설()이 그럴 듯 하다.
로펌 중심의 전관예우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로펌들의 법원 검찰 고위직 영입 경쟁은 전관예우 쟁탈전이나 다름없다. 대법관이나 법원장, 고등법원 및 지방법원 부장판사,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간부를 지낸 사람을 연봉 수억수십억원의 돈방석에 앉히는 이유는 전관예우를 소송에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톱 5에 드는 대형 로펌에 가는 변호사는 그야말로 인생 역전이다. 사법연수원 성적이 뛰어나 발탁 영입된 신참 변호사도 연봉 1억원이 넘는다. 일정기간 근무 후엔 로펌 비용으로 해외 유학도 보내준다.
대형 로펌의 힘을 두고 장관도 만들 수 있다는 말까지 있다. 역대정부 전직 최고위 공직자들이 수두룩해 마치 정부가 옮겨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경제 관료들도 고문 등으로 활동한다. 로펌과 고위 공직을 번갈아 왔다 갔다 하는 회전문 변호사의 해결 능력은 더욱 클 것이다. 사법권 독립을 저해하는 세력으로 정치권력 외에 로펌이 꼽히는 이유가 그런 데 있다. 권력형 비리가 개입할 소지도 있다.
로펌은 현직 때의 직위와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계층구조를 이루고 맨 파워에서도 법원 검찰에 뒤지지 않는다. 로펌 사건을 맡은 판검사가 로펌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대기업 송사()에 대형 로펌이 예외 없이 붙는 것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전관들의 활약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담당 판사와 로펌의 은밀한 취업 협상을 경계하고 나섰다. 판사들의 복된 여생을 보장하는 로펌 보험을 깰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