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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대 법인화 세계 대학으로 도약할 발판이다

[사설] 서울대 법인화 세계 대학으로 도약할 발판이다

Posted December. 09, 20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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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법인화하는 법안인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아직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정부는 서울대의 법인화 시점을 2011년 3월로 잡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 법인화 작업은 1995년 시작됐으나 국립대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일본은 우리의 국립대 법인화 움직임에 자극받아 2000년부터 본격 추진에 나서 2004년 국립대 전체에 대한 법인화 작업을 마쳤다. 우리가 먼저 시작했으면서도 일본보다 훨씬 굼뜬 셈이다.

서울대 설치령에 따르면 서울대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관할로 되어 있다. 교수와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에는 400여명의 교과부 직원이 파견되어 있다. 교과부가 지시하는 대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교 조직을 바꾸려고 해도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 예산은 지정된 세목대로만 쓰게 되어 있다. 이런 경직된 구조 속에서 빠르게 변신하는 세계 일류대학과 경쟁하는 것은 손발을 묶은 채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다.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의사결정 기구는 사립대학처럼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된다. 정부의 무불간섭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율적 학교경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총장과 교수 사이에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총장 직선제도 간선제로 바뀐다. 국립대 법인화의 장점은 올해 개교한 울산과학기술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처음부터 국립대가 아닌 국립대학법인으로 출범한 울산과학기술대는 실력 있는 교수에 대해 정년을 70세(일반 교수는 65세)까지 보장해준다. 파격적인 연봉을 내걸고 외국의 유능한 학자를 스카우트하고 있는 점도 여타 국립대와 다르다.

서울대는 올해 영국 더 타임즈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47위에 올랐다. 한국 대학 가운데 그나마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 법인화가 이뤄지면 운영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으나 그렇다고 법인화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가는 길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일본처럼 주기적으로 대학의 성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할 만 하다. 다른 국립대에 대해서도 법인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올해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5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51위에 그쳤다. 국민 세금으로 방만한 경영을 하는 국립대의 수준을 끌어올리자면 법인화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