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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객에 약한 경찰

Posted December. 19, 20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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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모임이 잦은 연말이면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취객이 넘쳐 난다. 야간에 술에 만취한 상태로 경찰 지구대(옛 파출소)에 들어가 소란이나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음주 소란, 불안감 조성 등으로 경범죄 처벌을 받은 사람의 약 30%가 술에 취한 사람들이었을 정도다. 경찰 지구대가 처리하는 사건의 21.4%가 취객을 상대하는 것이며 이로 인한 비용만도 연간 44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경찰이 공공장소나 경찰 지구대에서 고성방가를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취객들에게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10만 원 이하의 경범죄 위반 벌금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스티커를 발부한다고 조용해질 취객은 드물다. 지구대 근무 경찰관들은 소란을 피우는 취객에게 집으로 돌아가도록 통사정하는 게 보통이다. 일부 취객은 경찰의 호소를 무시하다가 결국 지구대 기물을 부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러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한다. 취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체포하지 않았더니 작은 범죄가 큰 범죄가 되는 경우다.

현행법에는 경찰이 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체포하거나 지구대에 강제로 보호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지난 2004년 경찰이 지구대 내에서 만취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취자 보호 특별법 제정을 검토했지만 인권 침해와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무산됐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로 폭력은 물론이고 성폭력 범죄나 살인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인권 침해나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지난 7월부터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지방경찰청 김중확 청장은 물가에 다가가는 어린이나 시각 장애인은 미리 붙잡아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음주 소란자를 체포하거나 제지 또는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이 경찰에 있으면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취객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도 경찰에게 음주 소란자 체포보호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