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3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여객기의 탑승구 앞. 출국 심사 때 X선 검색대를 통과한 승객들은 탑승 직전 또다시 X선 검색을 받았다. 탑승구 앞에 설치된 검색대를 지나기 위해 승객들은 50m 이상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탑승객 최나미 씨는 외투와 신발까지 벗고 검색을 받은 뒤 또 2차 검색까지 이뤄지니 탑승 시간이 평소의 2배는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미국에서 발생한 알 카에다 조직원의 여객기 내 폭탄 테러 미수 사건 여파로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보안검색에 비상이 걸렸다. 보안검색 강화는 미국 디트로이트공항에서 테러 미수 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26일부터 시작됐다. 하루 20여 편인 미국행 여객기 탑승객들은 모두 X선 검색대를 두 번 통과해야 한다. 인천공항 내 세관출입국관리검역구역(CIQ)에서 이뤄지는 X레이 및 폭발물 흔적 탐지 검색 탐지율도 10%에서 15%(100명 가운데 15명은 정밀검색)로 격상됐다. 또 승객들은 굽 높이 3.5cm 이상의 신발이나 두꺼운 외투를 입었을 경우 모두 벗어서 정밀 보안검색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출국 수속을 하기 전에 지나야 할 1단계 보안검색 구역에서부터 통과 지체 현상이 빚어졌다. 특히 출국하는 여객기가 많이 몰리는 시간대인 오전 810시, 오후 46시에는 통관 시간이 평소의 2배인 3040분 걸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진호 보안검색팀장은 항공보안 단계는 평상시 수준이지만 보안검색을 한 등급 높여 운용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으로 가는 승객들은 평소보다 30분 이른 2시간 반 전에 공항에 나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행 비행기의 경우 기내에서의 보안도 한층 강화됐다. 휴대 수하물에 규정 이상 분량의 분말이나 액체류가 있는지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고, 미국 도착 직전 1시간 전에는 승객 이동을 금지시켰다. 탑승객이 휴대 수하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화장실은 불가피한 경우 허용된다. 미국행 비행기는 비행시간 내내 전화나 인터넷 등의 통신서비스도 중단된 상태다.
한편 동아일보가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주요 여행사를 취재한 결과 테러 미수사건 발생 이후 테러를 우려해 미국행 항공권을 취소하는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희제 김윤종 min07@donga.com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