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미CIA 62개의 별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에는 46개의 별을 새긴 석판이 있다. 국정원 정문 옆 산자락에 있는 보국탑()을 찾으면 별들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탑 안에는 겨레의 가슴에 묻힌 고귀한 영혼이여!라는 문구가 있는 맹세문과 함께 46명의 이름을 새긴 오석()판이 있다. 별은 중앙정보부 이후 순직한 46명의 요원을 상징한다. 1996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영사 직함으로 활동하다 살해당한 최덕근 요원의 이름도 들어있다. 러시아 공안당국은 아직도 최 영사 살해범을 잡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정보기관 요원들은 가명을 쓴다. 우리나라에선 공작을 하다 희생된 요원의 본명이 보국탑 깊숙한 곳에 새겨진다. 희생된 요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별로 상징하는 전통은 미국 CIA에서 나왔다. 미 CIA는 순직이 아니라 공작을 하다 희생된 요원들만 별로 새긴다. 미 CIA 박물관 벽에는 62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작년 12월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CIA 요원 7명이 폭탄테러로 사망해 별 7개가 늘어나게 됐다. 1983년 베이루트에서 8명의 요원이 사망한 후 가장 많은 희생이다. 휴가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즉각 유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은 것이고, 우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활동의 꽃은 해외 공작이다. 외교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적은 희생으로 해결하려는 경제적 선택이 해외공작이다. 우리 국정원은 1차장은 해외, 2차장은 국내 식으로 지역별 차장제를 채택해왔으나 미 CIA는 1차장은 정보수집, 2차장은 공작활동 식으로 기능별 차장제를 유지했다. 지역별 차장제에서는 정보수집에, 기능별 차장제에서는 공작활동에 무게가 실린다. 국정원도 기능별 차장제로 바꾸겠다고 한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던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모토가 국가정보원이 된 뒤엔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으로 다시 변경됐다.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주민을 억압하고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국정원 요원들의 무명의 헌신이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되고 북한 주민에게 빛이 되었으면 한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