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겨울올림픽을 매개로 모처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수단과 함께한 청와대 오찬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여야 대표를 초청했다.
작년 4월 이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조찬 회동 이후 11개월 만에 청와대를 방문한 정세균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선수들이) 메달 따면 지지율 올라간다던데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걱정됐나라고 답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동아일보는 3월 2일자 A6면에 대형 스포츠이벤트에서 한국선수들이 선전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3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이 전 회장은 오찬 전에 겨울올림픽 선전을 거론하며 우리나라가 복이 많은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많은 분들이 기적을 이뤘다고 하지만 전 피와 땀, 열정과 노력 없이 기적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치하했다. 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볼 때 내가 좀 밀면 앞설 수 있을까 했고, 김연아 선수가 점프할 때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눈 뜨고 보니 성공했더라라며 그 심정은 아마 5000만 국민 모두가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격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 선수는 국민들이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고 위로했고, 봅슬레이의 강광배 선수에게는 19등이었나라며 이건 금메달이다. 1등 한 선수가 우리 같은 (열악한) 조건이면 결선에 못 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 국가대표를 두 번 봤다. (스키점프대) 현장에 가봤지만 이제 (겨우) 연습장 하나 만들었더라라며 그런데도 나가서 (잘)하더라. 하여튼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행사 중간 질의답변 코너에서 김 선수는 선수로서는 일단 목표를 이뤘다. 아직 먼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잠시나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박성인 선수단장은 김 선수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감사편지를 썼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26일 워싱턴을 방문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김 선수의 연기를 극찬했다.
곽윤기 선수는 시상대에서 췄던 아브라카다브라 춤을 즉석에서 재연했다.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경기 때 썼던 고글을 이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쓰고 모 선수가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의 동작을 흉내 내 장내에 웃음이 일었다. 김 선수는 자필 에세이집 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선물했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