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1일 발표한 2009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개탄스럽다(deplorable)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발표한 2008년 보고서에서는 열악하다(poor)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은 매년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인권상황을 평가한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1976년 이래 34년째다.
국무부는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절대적 통치 하에 있는 독재국가로 다시 한 번 규정한 뒤 무단처형, 고문, 강제낙태, 영아살해 등이 이뤄지는 등 심각한 학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무부는 또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형과 실종, 자의적인 구금, 정치범 체포, 고문 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여성 수감자가 낙태를 강요당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이들이 수용소에서 태어남과 동시에 살해당하기도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 인권보고서가 예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인터넷 검열을 통한 정보통제를 인권탄압의 중요한 영역으로 간주했다는 점. 이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사실상 모든 정보의 통제를 추진하고 있고, 독립적인 언론은 없으며, 고위 관계자 및 일부 엘리트에게만 인터넷 접속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무부는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 외에 중국 이란 쿠바 러시아 미얀마 수단 등의 인권상황도 강하게 비난했고, 유럽에서 이슬람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의 인권상황을 열악(poor)으로 분류했고 신장()과 티베트의 인권탄압을 우려했으며 인터넷 검열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반적으로 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지만 여성 장애인 소수인종은 여전히 사회적 차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