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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보다 무서운게 날씨 건설사 날마다 천기눈치

파업보다 무서운게 날씨 건설사 날마다 천기눈치

Posted March. 16, 20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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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등 통해 기상상황 전달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극동건설, 대림산업 등 10여개 건설사들은 기상정보업체로부터 기상정보를 구입해 사내 인트라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국의 공사 현장별 국지 기상정보를 1시간 단위로 현장 담당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출장 등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날 경우 휴대전화 단문메시지(SMS)로 기상상황을 전달해 즉각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기상 정보 업체가 제공하는 해당 공사현장의 기상정보는 행정구역 단위의 기상청 예보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정보 제공업체인 K웨더 김종국 차장은 건설 현장은 보다 좁은 지역의 데이터만 따로 놓고 분석하기 때문에 기상청 예보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기상경영의 효과는 9일과 10일 갑자기 내린 폭설에서도 확인됐다.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충남 청주시 사직동 아파트 건설현장. 당초 이곳에서는 9일 도로 아스콘 포장공사와 조경공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5일 9일 경 현장에 큰 비 또는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기상정보를 받고 아스콘 포장 공사를 앞당겨 하고 눈이 온 9, 10일에는 58일로 예정돼 있던 인테리어 공사와 서류, 도면작업을 진행했다. 롯데건설 강지영 상무는 기상 이변을 미리 알지 못했으면 공사 기간이 2, 3일 정도 늘어날 뻔 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경남 양산시 동면 도로현장에 근무 중인 문상철 대리(36토목사업본부)는 9일 오전 2시경 비가 눈으로 바뀌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SMS를 받자마자 비상연락망을 돌려 관리사업소 직원 40여명을 소집했다. 직원들은 임시 개통 중이던 도로를 막고 차량들을 구 도로로 우회시키며 새로 건설한 도로의 눈을 치웠다. 문대리는 아스팔트가 덜 굳었고 눈까지 온 상태에서 차들이 운행했다면 도로가 파손돼 추가 보수 공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각 건설업체들이 기상정보를 구입하는 비용은 연간 2000만3000만 원선. 날씨 변화가 심해 기상정보 업체가 자체 측정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해안가 교량 등은 현장 한 곳에만 연간 1000만 원을 넘는다. 건설사들은 기상 분석을 통해 추가 보수 공사를 줄이고 인명 사고를 예방해 연간 30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상정보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곳은 갈수록 늘고 있다.

예측불허 날씨, 공사에 치명적

기상 이변이 공사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장에서는 훨씬 정밀한 기상경영이 이뤄진다.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거가대교 현장에는 세계적인 기상정보업체 덴마크 DHI사가 참여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저 터널(길이 3.7km) 공사를 위해서는 너울성 파고 40cm, 바람으로 인한 파고 80cm 이내의 상태가 72시간 이상 지속돼야 한다. 그래야만 지상에서 제작한 해저터널의 일부인 폭 왕복 4차로, 길이 180m짜리 함체를 수심 40m 아래의 원하는 위치에 내려놓고 다른 함체와 연결할 수 있다. 예기치 않은 물살의 변화가 생길 경우 개당 100억원이 넘는 함체가 물 속에서 흔들려 엉뚱한 위치에 자리 잡거나 파손돼 못 쓰게 될 우려가 있다. 이 72시간을 찾아내기 위해 대우건설기술연구원은 현장에 풍향, 풍속, 기온, 강우량 측정 장비를 설치해놓고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DHI사에 전송한다. DHI사는 이를 분석해 침매터널 공사 시간을 알려준다.

현장의 한 간부는 과거에는 공사를 지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파업이었지만 요즘은 예측 불가능한 날씨만큼 무서운 게 없다라고 말했다.



나성엽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