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는 역사 문화를 파괴하는 불도저 운하다. 이른바 진보적 문화인들의 단체인 문화연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항의 퍼포먼스를 벌인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문화재를 파괴한다는 논란이 있을 때는 침묵하더니하는 냉소가 문화부에서 돌았다. 19992007년 이 단체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정헌 씨는 노 정부 말기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문화연대와 그 상급단체격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이 김병익 초대위원장을 몰아내고 김 씨를 앉히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문화예술계에선 비밀도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문화권력을 탄탄하게 굳히려는 대못질이었다.
문화예술계에 한 해 1100억원을 지원하는 큰 손이 문화예술위다. 정부 예산도 있지만 로또 수익금과 각종 공연 전시장의 입장료 같은 것에서 나오는 문화예술진흥기금도 포함된다. 보통사람들은 자기가 내는지도 잘 모르고 냈던 돈이 모여 배고픈 문화예술인들을 후원하는 셈이다. 노 정부 시절 정부 지원은 예년과 달리 민예총에 집중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의 2배나 됐다. 회원 수가 민예총 10만 명, 예총 38만 명이란 사실 말고도 작품의 질적 차이를 비교해도 형평에 크게 어긋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특히 지방에선 문화예술을 빙자한 퍼포먼스 식 정치운동에 돈을 퍼부었다.
김정헌 씨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잘못 운용했다는 이유로 2008년 12월 해임됐다. 그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제소해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 2월 1일부터 출근 퍼포먼스를 벌였다. 1심 법원은 문화부의 해임절차가 잘못됐다고 결정해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를 불렀다. 그러나 2심은 비정상적인 쌍두() 체제가 대내외적 법률관계에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상급심이 1심 판결로 인한 문화예술위 혼란을 해소해준 셈이다. 물론 해임 자체에 대한 본안 판결은 더 지켜봐야 한다. 문화예술위에서 매일 벌어지던 김 씨의 희한한 출근 퍼포먼스는 끝났지만 좌우로 갈라진 문화예술계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어느 쪽이든 문화예술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은 문화예술계를 떠나 아예 정치판으로 갔으면 좋겠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