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감옥에서 일제에 의해 사형 집행된 지 100주년 되는 날이다. 육군은 안 의사를 장군으로 부르기로 했다. 계룡대의 육군본부 지휘부 회의실도 안중근 장군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안 의사는 일본 헌병들에게 체포된 뒤 자신을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며 밝혔다.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 )이라는 유묵()도 있다. 육군이 안 의사의 그러한 군인정신을 받들자는 취지일 것이다.
일부 민간 관련단체들도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장군 일계급 특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안 의사의 대장 특진 서명운동에 참여한 국회의원 150명이나 된다. 서명운동 단체 관계자는 의사 호칭은 민족 내부의 존칭이고 장군은 국제적인 호칭이라며 장군 호칭을 사용해야 그의 의거가 국제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학자는 의사라고 하면 의거를 혼자 한 걸로 되어 단독 살인범으로 몬 일제의 의도에 말려 든다고 말한다.
장군 호칭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 사업의 주체인 국가보훈처는 장군 호칭은 오히려 안 의사의 지위를 강등시키는 것이라며 육군 결정에 반대한다. 김양 보훈처장은 수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의사를 매년 60명씩 배출되는 장군으로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장군 호칭은 하얼빈 의거의 의미와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일 때 별 세 개가 달린 군복을 입고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활약했다. 워싱턴은 사망 1년 전 미국의 장군으로 공식 인정됐다. 존 애덤스 2대 대통령이 중장 계급을 달아준 것이다. 독립 200주년 때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3계급 특진시켜 대원수를 추서했다.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된 상태에서 항일 독립군 활동을 한 안 의사에게 워싱턴처럼 장군을 추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식에 그친 예우보다는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가물거릴 때 일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은 위국헌신의 정신을 귀감으로 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