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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함정 1초만에 두동강 외부공격 아니고선 말이 안된다

1 함정 1초만에 두동강 외부공격 아니고선 말이 안된다

Posted March. 29, 201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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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1200t급)이 침몰한 지 28일로 3일째를 맞았지만 침몰 원인과 긴급 상황 조치에 대한 정부의 명쾌한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생존자들의 진술까지 엇갈리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함정이 두 동강? 외부 공격이 아니고선 어렵다

사고 직후만 하더라도 천안함은 원인 모를 폭발과 함께 바닥에 구멍이 뚫려 3시간 만인 27일 0시 30분경 완전히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27일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폭발 뒤 1초 안에 배가 두 동강 나면서 직각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최 중령은 꽝 하는 폭발음 이후 함장실에서 나와 보니 선체 후미 부분이 안보였다고 증언했다. 참석한 실종자 가족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하자 최 중령은 1초라는 부분은 잘못 말했지만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은 확실하다.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 중령의 증언은 선체 바닥에 구멍이 뚫려 침수가 시작됐다는 합참의 애초 설명과 배치된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27일 함정이 반으로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열상감시장비(TOD)로 (함정 상태를) 확인했을 때 그런(반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28일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인근 해역을 찾은 해군본부 관계자는 천안함 함장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고 말했다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1200t 규모의 초계함이 두 동강이 났다면 내부 폭발은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외부 공격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하지만 최 중령의 증언으로 볼 때 어뢰나 기뢰 공격 등 외부에 의한 충격이 아니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예비역 해군 준장인 안병구 대우조선해양 상무는 탄약고가 초계함 뒷부분에 있지만 폭약인 장약과 폭발장치인 신관을 분리해 저장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폭약을 동시에 터뜨리지 않는 이상 배가 두 동강 날 정도의 폭발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기관실 화재나 유증기, 연료탱크 폭발은 가능성도 낮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배가 두 동강 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폭발음을 듣지 못했다는 생존자의 증언도 있다.

1200t급 함정이 20분 만에 침수?

합참은 27일 26일 오후 9시 반경 배 뒷부분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발생한 지 20분 만에 60%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길이가 88m에 이르는 1200t급 초계함이 20분 만에 거의 침수됐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초계함은 위기 상황에서 함정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은 격실 100여 개로 나뉘어 있으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격실을 차단하기 때문에 사고 20분 만에 천안함의 기능이 상실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전투태세에서는 모든 해치를 닫아야 하지만 평시나 경비 중에는 열려 있는 해치가 많고 강력한 폭발과 함께 바닷물이 빠르게 유입되면 격실을 차단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빠르게 침수된 것은 폭발에 의해 격실 개폐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고 후 해경 도착까지 70분간 해군은 뭐했나?

합참에 따르면 최 함장은 폭발로 엔진이 정지되고 함정의 전력이 끊기면서 통신기기가 차단되자 휴대전화로 육상기지에 사고 소식을 알렸다. 이에 따라 백령도의 해군 고속정 4척에 대해 오후 9시 41분 출동 지시가 내려졌고 9시 58분 사고지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고속정은 10시 40분까지 승조원을 구조하지 못했다. 침몰하는 함정 위에 있던 승조원 58명을 구한 것은 10시 40분에 도착한 해경정이었다. 이에 따라 고속정이 제대로 조치를 취했다면 승조원 대부분을 구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참은 파고가 3m로 매우 높아 규모가 작은 고속정은 초계함에 접근해 구조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고 직후 합참은 사고 발생 시간을 15분 늦춘 9시 45분으로 발표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군은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사고 시간을 9시 30분으로 정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해 보고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말했다.

천안함은 왜 백령도 가까이에 있었나?

천안함이 왜 백령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백령도에서 서남쪽으로 약 1.8km밖에 떨어지지 않는 지점이다. 수심도 24m밖에 되지 않는다.

합참 관계자는 사고 지점은 천안함의 작전지역이라며 통상적으로 다니는 지역은 아니지만 전혀 가지 않는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평상시에는 수심이 깊은 곳으로 다니지만 작전 해역에 대한 순찰을 위해서나 자연스러운 엄폐 효과가 가능해 활동하는 지역이라며 암초가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승조원들은 왜 신속히 대피하지 못했나?

침몰 당시 어떤 상황이었기에 승조원 46명이 대피하지 못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최 함장은 당직 후 함장실에서 작전계획을 검토 중이었다고 말했다. 생존자 중 한 상사는 오후 9시경 야식을 먹고 있었다며 (사고 이후)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밖으로 나와 보니 배가 기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 상황에서 탈출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국회 국방위 보고에서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은 승조원 가운데 어떤 사람한테는 (비상상황이) 연락되고 어떤 사람한테는 되지 않았다. 초동조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당 이윤성 의원은 비상벨이 울리고 함장과 승조원이 전화하듯 통화를 할 수 있는데 지휘와 응급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장교가 많이 생존한 이유에 대해 함정 지휘소와 함교, 전투상황실은 배 앞쪽 상부에 있고 사병 선실이 폭발이 일어난 배 뒤쪽 하부에 있기 때문이라며 미사일 등으로 인해 배 위쪽이 피격됐으면 장교들이 전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미는 왜 못 찾나?

실종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 함미 부분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해군은 함미는 기계실 등이 있어 사고 지점에 그대로 가라앉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함수 부위가 해류에 떠내려가 사고현장에서 동남쪽으로 7.2km 정도 떨어진 곳에 가라앉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함수는 발견했지만 함미는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자와 함께 현장을 찾은 해군본부 관계자는 천안함 함수가 사고현장에서 하루 만에 7.2km나 이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류원식 zeitung@donga.com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