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시군구에 내는 주민세의 최대 30%를 자신의 출생지에 낼 수 있도록 하는 고향세() 신설 방안을 62 지방선거 공약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재정 형편이 좋은 편에 속하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주민 중 외지에서 전입해온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 고향세를 통해 지방재정이 열악한 곳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이런 내용의 고향세 신설 방안을 이번 주 중 당내 절차를 거쳐 지방선거 공약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고향세는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는 소득할() 주민세가 대상으로 올해 안에 지방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고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고향세가 도입되면 직장인들은 매달 내는 근로소득세에 따라 정해지는 주민세 납부액의 최고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본인의 고향 등 5년 이상 거주한 다른 지역에 낼 수 있다. 연봉이 6600만 원인 경우 1년 동안 부담하는 주민세 40만 원 중 12만 원을 고향 발전을 위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향세는 납세자가 주민세 분할납부 대상지역을 지정하면 세금의 일부가 자동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방식과 주민세의 일부를 고향에 직접 낸 뒤 다음해 세액공제나 소득공제를 받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의 수입 중 일부를 자금난에 허덕이는 다른 지자체로 돌릴 수 있어 재정자립도가 40%에 못 미치는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충북 충남 제주 등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향세를 둘러싸고 지자체 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은 2007년 7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고향세 도입을 제안해 논란 끝에 2008년 4월부터 시행됐다. 일본 고향세는 주민세의 10% 상당액을 고향에 기부하면 이듬해 내는 주민세에서 같은 금액을 빼주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는 비공식 검토의견을 통해 일본의 고향세 도입사례를 볼 때 지자체들이 고향세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경품을 내거는 등 과열 경쟁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김 의장은 일본에선 고향세를 유치하기 위해 별도의 출장소를 두거나 답례품을 주기도 하는데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면 과열 경쟁을 막을 수 있다며 고향세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이재명 legman@donga.com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