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머지않았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동결된 기준금리가 이르면 8월경 인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개월째 연 2.0%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많은 경제변수가 회복 추세에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외 경제 동향과 많은 변수의 추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인상을 위한 경제여건은 이미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금통위는 2009년 4월 이후 13개월간 유지해왔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문구에서 당분간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에 따른 국내외 경제 불안요소가 해소되면 언제든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의 태도가 바뀐 것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가 호조를 보인 것은 물론이고 금리인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고용 역시 4월 취업자가 4년 8개월 만에 최대인 40만1000명이 증가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 총재는 고용도 민간 부문을 통한 취업이 늘어 예상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했으며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을 웃돌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설은 아직 약간 부진하지만 경제의 모든 변수는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며 모든 변수가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인상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김 총재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기업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안정 성장을 지속하려면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노력이 필수라며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국가경쟁력이나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은 일러야 한은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는 7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의 완화적인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