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10년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순위가 사상 최고인 2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2008년 31위에서 지난해 27위로 오른데 이어 올해도 네 단계 상승했다. 특히 작년 17위에서 올해 27위로 10단계 추락한 일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조사결과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가 경제서열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4대 주요 평가부문 가운데 경제성과와 정부 효율성의 순위가 높아지면서 종합경쟁력 순위를 끌어올렸다. 경제성과는 작년 45위에서 21위로 껑충 뛰었고 정부효율성도 36위에서 26위로 10단계 상승했다. IMD는 글로벌 위기 이후 한국이 신속하고 선제적인 정책으로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화보유액 확대, 제도적 여건 개선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 효율성은 29위에서 27위로 두 단계 높아졌으며 인프라 구축은 지난해와 같은 20위였다.
세부 평가항목에서는 여전히 낙후한 부문도 있다. 노사관계 생산성은 평가대상 58개 국 중 작년과 마찬가지로 최하위권인 56위에 그쳤다. 한국의 퇴행적 노사관계 때문이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지난해 52위에서 올해 54위로 두 단계 하락했다. 중소기업 효율성과 문화 개방성은 52위, 이사회의 경영감시기능은 51위에 그쳤다. 대학교육의 사회부합도는 51위에서 46위로 조금 올라갔지만 하위권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일본의 순위가 10단계나 낮아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한데다 도요타자동차 소니 일본항공(JAL) 등 간판기업들이 자만의 덫에 빠지면서 경쟁력이 추락했다. 국가든 기업이든 영원한 1등은 없으며 조금만 방심하면 밀려난다는 역사의 냉엄한 교훈을 깨우쳐주고 있다.
일본과 달리 국가경쟁력이 더 높아진 아시아 국가도 적지 않다. 싱가포르는 올해 조사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로 부상()했다. 대만의 순위는 23위에서 8위로 껑충 뛰었고 중국은 20위에서 18위로 두 단계 높아졌다.
IMD는 올해 한국이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창의성 개발을 위한 교육개혁, 더블딥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함께 고려한 출구전략, 소득과 지역격차 완화,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 개최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한국이 지닌 강점을 한층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국가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민관정()이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