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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선원 98일간 냉동고 방치 원양어선, 회항않고 계속 조업

숨진선원 98일간 냉동고 방치 원양어선, 회항않고 계속 조업

Posted June. 05, 20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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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서 조업하던 국내 굴지의 원양선사 소속 크릴새우잡이 어선에서 선원이 사망했지만 회사 측이 비용을 이유로 96일 동안 시신을 한국으로 운구하지 않은 채 어선의 냉동창고에 안치해놓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4일 부산해양경찰과 원양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 소속 크릴 조업선인 동산호 선원 김모 씨(42)는 1월 22일 이 배에 승선해 남태평양 조업에 나섰다가 2월 17일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하다 숨졌다.

동산호는 당시 가장 가까운 항구가 있는 뉴질랜드로 회항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기 위해 칠레 쪽으로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조업을 강행하는 동안 김 씨의 시신은 원양어선 안에 있는 냉동창고에 보관됐다. 조업으로 잡은 크릴을 보관하는 창고에 사람 시신을 넣어둔 것이다. 김 씨의 시신은 이후 4월 8일 크릴운반선인 사로닉브리즈 편에 옮겨졌고 지난달 25일에야 부산항으로 운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영해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국 대사관에 즉각 통보하고 처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김 씨가 숨진 곳은 공해()상이어서 동산호 측은 부산해경에만 연락을 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 원양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죽었는데 가장 가까운 항구로 회항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원산업 측은 김 씨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시신은 냉동창고 내의 분리된 공간에 보관했다고 냉동창고 보관 사실을 인정했다. 김 씨의 시신을 석 달 넘게 창고에 안치한 이유에 대해선 원양어업 중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해상이라도 관련 국가 경찰에 신고하고 해당국가 경찰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회항 비용도 많이 들어 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김 씨 가족과 상의한 뒤 합의하에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시신은 지난달 28일 부산법의학연구소에 보내져 부검이 실시됐으며 부검 결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졌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아무리 가족과 합의를 했어도 수개월간 배에 시신을 방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국과수에서 정확한 사인을 조사한 뒤 이달 중순 이후 사망 원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