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 기업을 인수한 미국 자본이 경영권을 되팔면서 얻는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에 기술을 빌려주고 받는 사용료(로열티)에 매기는 세금을 줄여줄 예정이다. 미국계 사모펀드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은행 매각에 나선 상황에서 정부가 먹튀 논란을 차단하는 대가로 세수() 일부를 포기하는 과세권 거래에 착수한 것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1979년 체결된 한미 조세조약을 31년 만에 개정하기 위한 양국 간 회의를 8, 9월 중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새 과세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미 조세조약 개정 협상은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으나 미국이 자국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상을 무기 연기했다.
미국 측은 지난달 서울이나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협상하자는 공문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양도차익 과세 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대한 자국 입장을 제시했다며 우리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한국으로 넘어온 만큼 2개월 정도 준비해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국내 기업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미국 자본이 지분을 매각할 때 한국 정부가 양도금액의 10%나 양도차익의 20% 중 금액이 낮은 쪽으로 세금을 매기는 원천지 과세안을 관철시킬 방침이다. 조세조약 개정 협상에서 이 내용이 합의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때 거두는 차익에 과세가 가능해진다.
대신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로열티 수입에 매기는 세율을 현행 15%에서 일정 폭 내려주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퀄컴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대가로 1조5000억 원의 로열티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로열티 세율을 5%포인트 내리면 퀄컴이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 750억 원 줄어드는 반면 미국 정부가 퀄컴에서 걷는 세금은 그만큼 늘어난다.
홍수용 장원재 legman@donga.com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