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북한을 제재하려는 한국과 이에 강력 반발하는 북한이 14일(현지 시간) 유엔본부에서 외교공방을 펼쳤다.
한국의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이날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을 대상으로 천안함 조사결과를 2시간여 동안 상세히 브리핑했다. 한국의 설명회가 끝난 직후 북한 유엔대표부도 같은 자리에서 안보리 이사국에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남북한의 브리핑에 참석한 이사국 대사들은 대부분 한국 조사단의 설명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었으며 설득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민군 합조단은 15일 오후 4시 유엔대표부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등 2030개 일반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북한 유엔대표부도 오전 11시 유엔 주재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천안함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합조단, 과학적 근거 제시
윤덕용 천안함 민군 합조단장이 이끄는 한국 측 대표들은 박인국 유엔주재 한국대사의 소개발언에 이어 30여 분 동안의 브리핑을 통해 천안함이 북한 측의 잠수정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해 침몰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한국 측은 사건 개요를 설명한 뒤 어뢰추진체 인양 당시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상영했다.
이어 1시간 30분에 걸친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기술적 부분을 중심으로 이사국들이 제기한 의문사항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프랑스 미국 일본 터키 대사들은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지지하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북한 측 우리가 희생자 되풀이
한국 측 브리핑이 끝난 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안보리 이사국들은 1시간 정도 진행된 북한의 설명을 청취했다.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한국의 조사결과는 날조된 것이며 북한은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이 천안함이 침몰된 사고해역을 방문해 조사할 기회를 가진 뒤에 안보리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측은 특히 고열에서 어떻게 어뢰 추진체가 남아 있는가 천안함으로부터 9m 떨어진 바다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배가 두 동강이 났는데 어떻게 화약이 남아 있는가 1번이라는 글씨는 소학교(초등학교)만 나와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폈다.
이사국들 한국 측 발표가 설득력
남북한 설명이 모두 끝난 뒤 이사국 대사들은 한국 측 브리핑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담고 있어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남북한 문제에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오스트리아 대사는 한국 조사단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었다며 북한은 주장만 있고 객관적인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사도 북한은 별로 준비를 안 한 것 같았다며 질의응답도 별로 없고 자신들 의견만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 측은 일부 이사국이 한국의 장병 46명이 사망했는데 어떻게 당신들이 희생자냐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지금 사고해역을 방문하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했지만 북측은 분명한 답변 대신 우리가 피해자이므로 사고해역을 방문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브리핑 중 질문도 거의 하지 않고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대사는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 양측의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고만 말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현지 시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비공식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15일 안보리 이사국들은 한국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 브리핑과 주유엔 북한 대표부의 소명을 청취한 뒤 안보리 협의절차를 개시했다며 안보리 문안 조율작업의 진척에 따라 이번 주 안에 추가 비공식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의 비공식협의가 시작됨에 따라 정부는 안보리 대응 수위에 대한 조절을 두고 주요 이사국과 본격적인 조율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컨센서스(만장일치)를 기반으로 하는 의장성명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안보리 대응조치는 이사국 대표들의 아프가니스탄(1924일) 및 터키(2426일) 시찰이 끝나는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치영 김영식 higgledy@donga.com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