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한국이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 대 2로 아깝게 진 뒤 거리 응원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8강 진출 좌절에 따른 아쉬움에 장맛비까지 겹친 때문인지 그동안 거리응원전에서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은 찾기 힘들었다.
이날 6만5000여 명(경찰 추산)이 몰린 서울광장과 인근 인도에는 응원전이 끝나고 난 뒤 시민들이 벗어놓고 간 우의와 우산, 각종 술병과 막대풍선 등 응원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1시간이 넘도록 쓰레기를 치우며 주변을 정리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를 본체만체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날 서울광장에 버려진 쓰레기는 55t에 달했다.
서울 중구청 김태도 청소행정과장은 4번의 응원전 중 가장 시민들의 협조가 안 된 응원전이었다고 말했다. 8만 명이 모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역시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았다. 응원전이 끝난 뒤 강남구청이 수거한 쓰레기는 20t이 넘었다.
과도한 음주 응원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오전 2시경엔 서울광장 인근 주점에서 응원전이 끝난 뒤 술을 마시던 40대 남성이 손님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이를 저지하던 50대 경찰관을 밀쳐 전치 수개월의 상해를 입혔다. 이 남성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음주운전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전 3시 50분경 조모 씨(25)가 음주 상태에서 자신의 BMW 승용차를 몰다가 서울 양화대교 남단에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와 승용차를 들이받아 택시 운전사 권모 씨(56)와 승객 등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강동구 천호동의 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월드컵 응원을 한 뒤 혈중 알코올농도 0.103%의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우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