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성남시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지방재정을 대수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재정 운용을 잘한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은 국가 지원금을 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방정부와 지방 공기업의 재정상태에 대해서도 국가부채와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16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자체의 세금 낭비와 파산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재정 운용을 잘한 지자체에 더 많은 지방교부세를 주고 특정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조기경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년 7, 8월경 지자체들의 재정현황을 보고받아 평가하는 지방재정 분석 진단 결과를 토대로 지자체별 우열을 가려 높은 점수를 받은 곳에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라며 다음 달 중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예산 절감 노력이 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 항목에 재정 운용 효율성, 경상경비 절감액, 체납액 징수 실적 등을 포함할 계획이다. 여러 지자체가 비슷한 사업을 벌였을 때는 비교 분석을 통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마친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재정부도 나라 살림의 총괄 부처로서 지방재정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가 벌이는 각종 사업의 타당성 심사를 과거보다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 특히 지방 재정의 방만한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지방정부 채무의 종류와 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기준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재정부는 예산과 기금을 통해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사실상 손을 놓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재정건전성 문제가 국가적 관심사가 된 만큼 내년부터는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자체 사업까지 정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정책만으로는 지방 재정위기를 막기에 미흡하다며 재정상태가 악화된 지자체에 대한 사전 경고와 주민참여 예산제 도입 등 자치단체장의 전횡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황우 서울시립대 교수(도시행정학)는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파산에 이르기 전에 단계적으로 경고 조치를 내리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박형준 turtle@donga.com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