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리비아, 국정원 정보수집에 뿔났다

Posted July. 28, 2010 07:37   

中文

리비아 정부가 지난달 국가정보원 소속 주리비아 대사관 직원의 정보수집 활동을 문제 삼아 이 직원을 한국으로 추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리비아 정부가 북한 정보 및 방위산업 협력 정보를 수집하던 주리비아 대사관의 국정원 직원이 리비아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초 이 직원을 구금해 조사한 뒤 같은 달 15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기피인물)로 규정해 통보했으며 3일 뒤인 18일 한국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관이 기피인물로 규정돼 추방된 것은 1998년 7월 한-러시아 외교관 맞추방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이 직원은 리비아 건설공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현지 정보원(IOIntelligence Officer)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이 사진에 찍힌 것이 추방사건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리비아 정부로 보고되면서 한국이 리비아에서 시공 중인 공사가 모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 리비아경제대표부가 지난달 23일 돌연 영사업무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무아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관련 사실을 보고 받은 뒤 격분하며 한국과 수교를 끊으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주 정보당국 대표단을 리비아에 파견해 이 직원의 정보활동이 통상적인 활동이며 리비아 당국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리비아 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단은 협의가 원만히 마무리될 경우 이달 말 귀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이번 일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있으며 사태가 조기에 원만히 해결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613일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했으나 카다피 원수를 만나지 못했다. 이 의원은 대신 알바그다디 알마무디 총리를 만났으나 알마무디 총리는 과거 카다피 원수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 내용을 보여주면서 리비아가 웬만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은 거의 한국에 주고 있는데, 이럴 수 있느냐며 흥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알마무디 총리를 4차례 만난 끝에 리비아 내 한국 기업의 공사를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리비아 당국이 현금 수수 장면을 포착했다는 이유를 들어 국정원 직원이 단순히 공사 정보를 구하려 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을 믿지 않는 듯했다. 공사 정보를 뛰어넘는 기밀사항을 캐내려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랍 언론은 한국 외교관이 카다피 원수와 아들, 리비아 정부요인에 대한 첩보활동을 했다고 리비아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런 첩보활동이 한국 정부를 위한 것이었는지, 다른 나라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캐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근거가 없는 기사라며 정보활동의 목적에 대해 리비아와 이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이 30년간 리비아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리비아의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며 오해가 풀리면 주한 리비아대표부 영사업무도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비아 당국은 최근 체포한 선교사 고모 씨와 현지 한국인 농장주 주모 씨를 종교법 위반 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국정원 직원의 정보활동 문제와는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