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5일 보도했다. 발표 시기는 신문마다 엇갈리지만 내용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이 담길 예정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간 총리의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1995년 8월 15일 발표한 담화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와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의 표현 수준을 유지하되 한일 병합의 경위를 언급하고 한국 국민이 받은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명기하는 한편 현재의 한일관계가 양호함을 확인하고 미래지향의 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당시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데 대해 통절히 반성한다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간 내각은 한국만을 대상으로 담화를 발표하면 아시아의 다른 국가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내각회의(각의) 결정이 필요한 담화로 할지, 각의 결정이 필요 없는 총리 코멘트 수준의 담화로 할지 검토 중이다. 담화 발표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의 광복절이나 강제병합일 등에 맞춰 담화가 나가면 사죄외교로 비쳐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8월 15일이나 강제병합 체결일인 22일, 공포일인 29일은 피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복절 이전에 담화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아사히신문의 전언이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