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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녀교육용 위장전입

Posted August. 17, 201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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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고위 공직자의 위장전입에 대한 두 법학교수의 시각은 크게 달랐다. 한 교수는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로 본다면 어떤 위장전입이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국민의 법감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수는 같은 위장전입이라도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 사실 자녀 교육 목적의 전입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자녀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은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 부동산과 관련한 위장 전입보다 꼭 낫다고 볼 수만도 없다. 과거에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위장전입으로 무주택 자격을 갖춰 조금 더 넓은 아파트를 분양받는 편법도 흔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여 있다. 횟수는 다르지만 모두 자녀의 중고교 진학을 위한 것이었다.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는 부동산 구입 목적으로 한 차례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으나 어제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당사자들이 사과를 표명했다지만 위장전입은 엄연히 징역 3년이하, 벌금 1000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범죄다. 최근 10년간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은 국민이 5000명이 넘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장전입 문제는 자녀 교육과 관련한 것은 봐주되 재산 증식을 위한 것은 안 된다는 게 내부의 가이드라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세 자녀 교육 목적으로 5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전력이 있다. 이 정권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고위 공직자 가운데 13명이 이런저런 위장전입 전력 때문에 논란거리가 됐다. 그 중에는 법 집행과 관련된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법관도 포함돼 있다.

위장전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의 간극이 너무 큰 상황을 어정쩡하게 방치하는 건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나 국민의 법의식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다. 차제에 위장전입 논란을 공론에 붙여 공직자의 결격 여부를 가리는 분명한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 용인될 수밖에 없다면 그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어쨌거나 공직자에게는 일반 국민보다 더 엄격한 준법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