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정치인과 경제인의 형량을 법원이 절반까지 깎아주던 관행이 앞으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최근 작량감경()의 요건을 제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시안을 확정하고 25일 열리는 공청회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법무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형법 개정안을 만든 뒤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작량감경은 판사가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헤아려 선고 형량을 2분의 1까지 깎아 주는 제도다. 형법 53조에는 구체적 요건 없이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이 때문에 판사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형기 감면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실제로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6년 이하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형량이 3년 이하로 줄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개정특위는 작량감경의 조건을 초범일 때 피해자와 합의를 했을 때 범행을 자백했을 때 상습범이지만 범죄가 경미할 때(빵을 훔친 경우 등) 피해자가 원인 제공을 했을 때 등으로 제한하고 이를 법 조항에 명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우발적 범행, 범죄에 대한 반성, 국가 발전에 기여 등 기존 판결에서 흔히 쓰이던 감경 사유는 아예 감경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다만 기타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를 감경 조건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선 개정특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공청회를 거친 뒤 법무부가 법원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기로 했다. 기타 사유가 조건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감경 조건을 이처럼 엄격히 제한하면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개정특위는 보고 있다.
개정특위는 이 밖에 상습범과 누범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폐지하되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을 저지른 흉악범에게 7년 이내의 보호감호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시안을 마련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