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는 날씨가 좋아 채소와 과일이 모두 풍작이었다. 값싸고 싱싱한 과일 채소가 넘쳐나 소비자는 신났지만 산지에서는 배추와 무값이 폭락해 수확을 포기한 농민이 밭을 갈아엎을 정도였다. 작년에도 배추 농사가 잘되는 바람에 김장용 배추 최대 산지인 전남에서는 가격 폭락을 우려해 배추 생산을 줄이고 김치 소비 촉진 행사를 벌였다. 풍년이 들어도 제값을 받기가 힘든 농민은 씁쓸했다.
올해는 지난 2년 동안과는 딴판이다. 시중 배추값이 작년의 서너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고 식당에서는 김치를 구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배추 대란()이다. 김장파동이 닥칠까 걱정이다. 정부는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으로 채소값이 앙등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단속에 나섰으나 예년에 비해 배추 생산량이 워낙 줄어든 탓이 크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강원 고랭지에서 고온과 강우 피해로 출하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경기 충청권의 출하 물량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가격이 올라도 수확이 없으니 농민도 중간상인도 주부 못지않게 울상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채소값 폭등의 원인을 4대강 공사의 탓으로 돌렸다. 전현희 대변인은 이상기후 탓도 크지만 4대강 공사로 시설(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이 16%나 감소했다며 채소값 폭등은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강 사업에 편입되는 채소 재배 면적은 3662ha로 전국의 채소 경작지(작년 7월 기준) 26만2995ha의 1.4%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채소값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만으로는 실상을 알기 어렵다. 4대 강변 경작지의 채소 생산량을 구체적으로 밝혀 폭등 원인을 차분히 따져볼 일이다.
농산물 가격은 수요 공급에 극히 민감하기 때문에 조금만 모자라거나 남아도 가격이 급등락한다. 한 해 생산과잉으로 밭을 갈아엎은 다음 해에는 재배 면적이 줄어 값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일쑤다. 채소값 폭등이 백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상기후 탓이라면 농식품부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올해 배추 생산이 절반이나 줄어 김치가 벌써 금치가 됐는데도 농식품부가 이제야 중국산 수입 같은 대책을 내놓으니 게으르다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