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달리고 또 달렸다. 지독할 만큼 반복되는 기본기 훈련. 짧은 패스 훈련만 한 시간 이상 할 땐 학교에서 운동하는 또래 친구들이 부러웠다. 같은 위치에서 슈팅을 100번 이상 반복하다 보면 한숨이 나왔다. 이런 훈련만 반복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긴장감을 풀 여유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설렁설렁하면 어김없이 떨어지는 아버지의 불호령. 슈팅 한 번을 해도 혼을 담아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8년 동안 이런 훈련이 반복됐다. 작은 틀에선 단순한 반복으로 보였어도 큰 틀에선 기초부터 전술 훈련에 이르기까지 아버지가 짜 놓은 체계적인 시간표 안에서 움직여졌다.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 씨는 좋은 기술은 안정적인 기본기에서 나온다. 지금은 기본기를 쌓고 축구를 즐기는 방법을 배울 때라고 강조했다. 덕분에 아이는 또래 친구들이 대회 1승에 집착할 때 아버지 밑에서 그만의 축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
15세 때 원주 육민관중학교 축구부에 들어간 소년은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육민관중 나승화 감독은 타고난 유연성, 스피드에 탄탄한 기본기와 축구를 이해하는 머리까지 갖췄다고 그를 높게 평가했다. 이후 그는 2008년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4골), 지난해 17세 이하 월드컵(3골)에서 맹활약을 앞세워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함부르크에 입단했다.
올 시즌 프리 시즌 경기에선 9경기 9골의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일을 냈다. 지난달 30일 오후 쾰른과의 정규리그 방문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전반 24분 그림 같은 골을 터뜨렸다. 팀은 2-3으로 졌지만 독일 언론은 환상적인 골, 인상적인 데뷔전이라면서 칭찬을 쏟아 냈다.
그의 롤 모델은 분데스리가에서 갈색 폭격기로 불렸던 차범근. 그는 차범근 선배님이 활약했던 그 무대에서 같은 꿈을 꾸게 돼 감격스럽다며 기쁨을 전했다. 최근 스트라이커 부재로 고민하는 한국 축구의 고민을 해결해 줄 기대주 손흥민(18) 얘기다.
한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29)은 31일 토트넘과의 정규리그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2분 골대를 강타하는 중거리 슛을 날리는 등 공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2-0 승리에 앞장섰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