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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 국방장관의 결기

Posted December. 23, 2010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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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사격훈련 다음날인 21일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자 굳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도 의원들의 수고했다는 격려에 시종 입을 굳게 다물었으나 눈동자는 결기에 차 있었다. 이달 4일 취임 후 불과 2주일여 만에 치른 첫 시험을 통과했지만 활짝 웃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김장관과 군을 격려하기에는 솔직히 주저되는 것이 사실이다. 북의 기습도발이 언제 우리 군의 허를 찌를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군()은 20일 포사격훈련을 실시하면서 625전쟁 이후 가장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국민도 만약의 사태를 걱정하며 TV나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기상 상태가 좋아진 오후 2시 30분 사격이 시작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나라 안의 온 신경이 연평도에 쏠려 있는 듯했다. 1시간 34분 후인 오후 4시 4분 사격을 끝낸 뒤에도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북한 방송이 전해지면서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다음날 또 한번 임진강변 애기봉의 성탄 트리 점등을 놓고 긴장해야 했다.

북한이 포사격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꼬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방북 후 돌아온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의 대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리할 때 한 발 뺐다가 우리가 방심할 때를 노리는 것이 저들의 상투적 전술이다. 김 장관과 군은 앞으로 몇 차례나 더 호된 시험을 당해야 할지 모른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북은 분명히 재도발할 것이다. 우리 군이 더욱 굳게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우리 영해 내의 포사격 훈련은 주권행사다. 러시아 중국까지 나서 떠들썩할 일이 아니었다. 진작부터 도발할 때마다 똑바로 응징했더라면 북의 연평도 포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스스로 전쟁의 두려움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다. 전쟁을 각오해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 김 장관은 도발에 대한 응징은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고, 전 인민을 노예화한 김정일 체제의 불의에 감연히 맞서는 것이 우리세대에 부과된 소중한 소명이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