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울 상공에 10kg의 탄저균을 뿌릴 경우 대기상황과 살포방법에 따라 최소 2만 명에서 최대 60만 명이 오염되고, 이 가운데 40%가 열흘 뒤 사망할 것이라고 미국 연구기관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가 주장했다. 베넷 박사는 26일 육군사관학교에서 북한 화생무기의 국제적 위협실태와 대처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넷 박사는 북한이 에어로졸(대기를 떠도는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입자) 형태로 탄저균을 서울 상공에 뿌릴 경우 노출된 사람의 일부는 치명적인 호흡형 탄저병에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탄저균 공격을 감행한 지 사흘째부터 많은 오염자의 탄저병 증상이 시작되고, 나흘째부터 일부 오염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열흘째엔 탄저균 노출자 가운데 거의 40%가 사망하고, 나머지 40%도 탄저병을 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8000명, 최대 24만 명이 목숨을 잃고, 같은 수의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베넷 박사는 북한이 미사일과 항공기, 특수부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에 생물무기를 살포할 것이므로 이를 사전에 탐지해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물무기는 공중운송 과정에서 격파돼도 파괴되지 않고 땅 위에 도달할 수 있어 생물무기 탑재 항공기는 북한 상공에서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광범위한 지역에 화학물질을 살포할 수 있는 한국 내 기관이나 조직에 대해 북한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한 정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베넷 박사는 북한이 한국의 생물무기 탐지, 대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 소량의 풍토병 생물무기를 남한에 실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대남 공격의 전초로 생물무기를 사용한다면 전쟁 전반의 양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하이디 메히 미국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2002년 9월 생물무기 제작에 사용되는 동결건조기를 일본에서 불법 반입하려다 적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