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명물 옐로 캡은 매일 60만 명 이상의 뉴욕 시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이 택시는 앞좌석에 승객이 탈 수 없고 운전자와 승객의 공간이 방탄강화 유리로 완벽하게 분리돼 있다. 강도가 많은 뉴욕의 밤거리에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설비다. 요금이 오가는 작은 구멍이 유일한 소통 창구다.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베이징은 미관상 좋지 않다며 칸막이를 떼어 냈다. 반면 충칭은 관내 운행 1만1400대 택시 전체에 녹음기와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택시 기사를 상대로 한 범죄 못지않게 절취한 택시를 이용한 강도 강간도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여성들 사이에서 택시에 탑승한 뒤 차량의 번호와 위치를 가족에게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인기를 끈다. 서울시내 등록택시 7만2000대 중 58%에 설치돼 있다. 주로 교통사고에 대비한 전방 촬영용이다. 제품에 따라 10만50만 원이면 설치할 수 있어 고급 승용차들도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추세다. 어린이들이 고급 차량을 못으로 긁는 것 같은 범죄도 줄어들 것 같다.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는 전방은 자유롭게 찍을 수 있지만 내부 촬영은 규제가 까다롭다. 지난해 3월 제정돼 9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은 범죄의 예방 및 수사, 그리고 시설안전을 위한 경우에 한해 차량 내 블랙박스를 허용하고 있다. 차량 내부에 블랙박스 설치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가 필수다. 어떤 경우에도 음성 녹음은 안 된다.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9분 17초짜리 동영상에는 30대 초반 여성이 50대 운전사에게 욕설과 막말을 퍼부어 대는 민망한 장면이 담겨 있다. 택시 기사를 직업적으로 비하한 내용도 들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72조는 녹음 기능을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영상 공개에 따른 개인정보 유포죄가 추가될 수도 있다. 택시 기사의 자녀는 아버지에게 욕설을 퍼부은 막말녀를 혼내주고 싶었을 것이다. 기본 예의를 모르는 막말녀에 대해 비난 여론도 높다. 그러나 막말녀가 신상 공개의 부담을 무릅쓰고 고소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법적 절차가 따를 수밖에 없다. 범죄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생활 보호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다.
하 태 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