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응해 꺼낼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 대응 과정에서 야당과 우익으로부터 무른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 정권이 독도 문제로 만회하려는 듯한 태세다.
일본 정부의 영토전담조직 설치도 이런 기류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내각부에 북방대책본부를 설치해 러시아와의 쿠릴 4개 섬 분쟁에 대응해왔지만 독도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조직 신설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겐바 고이치로() 외상은 이 대통령의 국정 슬로건인 글로벌 코리아를 비꼬아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행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한파()로 알려진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정책조사회장도 한국이 자신 있게 자기 국토라고 생각한다면 ICJ에 나가서 확실히 주장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ICJ 재판은 당사국 중 한쪽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일본은 1954년, 1962년 두 차례 한국 정부에 ICJ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지만 한국은 일본의 제안이 사법적인 포장을 씌워 허위 주장을 펼치려는 기도에 불과하다. 한국은 독도에 대해 처음부터 영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ICJ에서 그 권리를 확인받을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ICJ 제소를 밀어붙이는 것은 독도가 마치 영유권 갈등을 겪는 분쟁지역인 것처럼 국제 사회에 인식시키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ICJ에 제소하면 한국 정부는 재판을 거부해도 그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법상 이치가 일본에 있음을 알리는 귀중한 기회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했다.
양국 정상 및 고위 당국자 간 회담을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독도 주변에 해양조사 측량선을 보냈던 사례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팽창과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한미일 3각 동맹 유지가 불가결하다는 판단에서다. 겐바 외상도 영토 문제는 영토 문제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중단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가 이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내용을 보고 추가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