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통해 임직원의 내면을 힐링(healing치유)하라.
올해 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떨어진 미션이다. 미래전략실은 2월 심리학 및 명상 전문가 7명을 삼성그룹 명상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현갑 영남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서정돈 성균관대 의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5개월 동안의 작업 끝에 프로그램 개발을 마쳤고, 삼성은 이를 소폭 수정해 조만간 최고경영자(CEO)에서 신입사원까지 21만 삼성 맨들을 대상으로 명상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이 과거 개별 계열사별로 희망자에 한해 정신상담센터 등을 운영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그룹 차원에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상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의 명상 프로그램은 사업장별, 직군별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근로자용, 연구원용 등으로 특화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히 연구개발(R&D) 분야 임직원들은 장기간 집에도 못 가고 업무에 매달리다 의욕이 소진되는 번 아웃(burn out) 현상에 시달리곤 한다며 직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명상교육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직원들의 내면 힐링 프로젝트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린 것도 자극제가 됐다. 구글은 명상이 포함된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감정 조절 교육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7주 동안 20시간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직원들의 감성지능(EQ)이 높아지고, 연쇄적으로 자신감과 업무능력, 리더십도 연쇄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그룹 차원에서 명상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효성그룹은 임원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사내()교육에 명상 강의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팀장급들이 매달 한 번씩 새벽에 모여 듣는 아침광장 강의에서도 명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장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는 기술연구원 임원과 팀장 30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명상 이론 및 실습강의를 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사업장에도 권장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결과적으로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게 목표라며 참가자 규모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능률협회가 8일 대기업 인재개발원장 연합회원 20명을 대상으로 연 세미나에서도 주요 주제는 명상을 통한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였다. 이날 연단에 오른 장현갑 교수는 임직원이 적절한 스트레스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뇌를 가져야 업무 효율도와 감성지능을 높여주는 세타파가 뇌에서 더 많이 흐른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가 이날 제안한 기업체용 명상 프로그램은 8주에 걸쳐 이어진다. 첫 1, 2주차에는 건포도 등 특정 음식을 먹고 냄새를 맡고 눈으로 들여다보고 씹는 소리를 듣는 방법으로 몸속의 오감()을 재발견한다. 평소 음식의 맛과 향을 음미하지 못한 채 삼키는 데 급급했던 현대인의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운다는 의미다. 다음은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는 단계다. 정좌()명상 등을 통해 현재 자신의 감정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스스로 조절, 회복하는 능력을 기르는 시간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아야 남을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감정 컨트롤 능력을 바탕으로 동료의 감정을 배려하는 이타심과 리더십을 키우는 시간 등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트레스 수준은 기업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각 기업은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강화 훈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을 훈련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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