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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거리, 강남스타일로

Posted November. 26, 2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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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정문 근처에 있는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홍대정문점은 문을 닫은 채 내부공사가 한창이었다. 외벽에는 새로운 레스토랑이 들어선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여기서 80m 떨어진 커피빈 매장도 문을 닫고 다음 달에 문을 열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바꾸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메인 도로변 스타벅스 홍대점도 27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2002년 들어선 이 매장은 홍대 상권의 상징이었다. 이 자리에는 제조유통일괄형(SPA) 의류 브랜드인 H&M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스타벅스가 사용 중인 1층뿐 아니라 건물 4층을 모두 사용하는 대형 매장이다.

이처럼 사라져가는 홍대 거리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개성 넘치는 이 곳의 작은 카페들을 밀어냈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이들도 최근 다른 업종에 밀려나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홍대 거리에는 자유분방함과 개성으로 대표되는 홍대 스피릿(Spirit)이 충만한 작은 카페가 많았다. 미술 전공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예술 분야 서적을 갖춘 작은 카페들은 예술가들도 즐겨 찾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오면서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홍대 거리에서 밀려났다.

홍대 앞을 떠난 작은 카페들은 임대료가 싼 부근에 둥지를 틀었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인근의 한적한 주택가는 최근 2, 3년 사이 홍대 앞에서 옮겨온 카페들이 모여들면서 상수동 카페골목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전혜옥 씨는 홍대 쪽은 4년 사이에 임대료가 400%나 올랐다며 권리금이 없고 임대료가 싼 곳을 찾다 보니 상수동의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홍대 거리의 변모는 몇 년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카페와 음식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뒤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들어왔다가 임대료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패션 브랜드 매장으로 대체되는 과정이 똑같다는 얘기다. 가로수길 이면도로는 이곳에서 밀려난 카페, 음식점들이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세로수길이라고 불린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의 김성순 이사는 커피전문점은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월 1억 원의 매출을 내기 어려운데 SPA 매장은 10억 원도 가능하다. 게다가 SPA 매장은 건물을 통째로 쓰기 때문에 한두 개 층만 쓰는 커피전문점보다 건물주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현재 홍대 거리에는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2009년 홍대 정문 근처에 문을 연 뒤 지난해 등장한 자라, 올해 2월 대형 매장을 낸 갭, 10월에 개점한 국내 SPA 브랜드 탑텐 등이 자리 잡았다. 이어 내년 초 H&M이 들어오고 국내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도 홍대 매장을 물색하고 있다. 주요 SPA 브랜드가 거의 다 집결하는 셈이다.

드러그스토어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신세계 분스는 최근 홍대 정문 근처에 매장을 냈고 카페베네의 드러그스토어인 디셈버24도 홍대입구역 앞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상수동 카페골목의 한 카페 사장은 홍대 앞에서는 이제 홍대문화를 찾아볼 수 없다. 강남이나 명동과 똑같은 분위기로 바뀌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