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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두 별, 다저스구장 뒤집다

Posted July. 29, 201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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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신시내티의 추신수가 원정경기에서 팬들에게 이렇게 큰 박수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28일(한국 시간) 신시내티-LA 다저스전이 벌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은 마치 한국 구장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만원 관중 가운데 절반가량은 한인이었다. 다저스 구단이 한국 기자들에게 발급한 데일리 취재증이 90장이 넘었다. 전체 취재진만 150여 명에 이르러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스몰마켓 팀(연고지가 중소도시인 팀)에서만 활동한 추신수가 LA에 오니 산만해서 훈련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한 얘기가 실감나는 분위기였다.

다저스 류현진-신시내티 추신수의 격돌은 두 선수가 절정에 있을 때 맞붙었다는 점에서 종전 한국선수들의 투타대결과는 차이가 있었다. LA 타임스 기자도 예전에 한국 선수들끼리의 투타대결과 류현진-추신수의 대결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해 달라며 경기장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하이라이트는 5회 초가 끝난 뒤였다. 다저스 구단은 전광판을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한인, 히스패닉, 미국 관중들의 말춤을 추는 장면을 비춰주면서 스타디움 열기를 북돋았다. 이어 관중석(럭셔리박스)에 앉아 있던 싸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싸이도 잠시 말춤을 선보여 다저스 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했다. 일순간 다저스타디움은 한류돌풍으로 휩싸였다. 이날 가수 싸이 옆에는 탤런트 송승헌도 자리를 함께했다. 원로 탤런트인 김세윤 씨도 다저스타디움을 찾아와 일반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역대로 미국의 스타디움이 한인들의 열기로 파묻힌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현진, 추신수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경기 승패는 다저스의 승리로 갈라졌지만 류현진과 추신수의 표정은 나란히 밝았다. 이날 한국 기자들을 위해 류현진에게 먼저 미국 기자들이 질문하고 나중에 한국 기자들끼리 한국어로 따로 인터뷰를 했다. 신시내티 구단도 추신수를 다저스 기자실로 안내해 한국 기자들의 편의를 고려해줬다. 한 미국 기자가 류현진에게 추신수를 만나 식사를 했냐면서 식사 값은 누가 지불했냐고 하자 주인이 냈다고 해서 기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류현진은 신수 형과의 대결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긴장이 됐다. 파워도 있고, 콘택트(볼을 맞추는) 능력도 있어 초구에 빠른 볼로 승부를 했는데 이후 제구가 흔들려서 볼넷을 내줬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오늘은 현진이가 지배한 경기였다. 경기 전에 비디오와 기록들을 참고하지만 실제 맞닥뜨리면 달라진다. 현진이와는 처음 대결이다. 두 번째 타석에서 현진이가 2구에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보통 좌타자에게는 구사하지 않는다. 직구라고 생각했다가 이미 늦어서 땅볼이 됐다. 6회에는 커브로 삼진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은 몸 상태가 좋았다.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도 낮게 제구가 돼 좋았다면서 매팅리 감독이 좀 더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한 브레이킹볼은 변화구를 던지면서 스피드보다 각을 의식적으로 생각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투수 류현진에 대해서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다저스뿐 아니라 어느 팀엘 가도 제2, 제3선발이 될 수 있는 훌륭한 투수다고 평가했다.

처음으로 맞붙은 류현진-추신수전은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한국 선수 투타대결로는 최상이었다. 미국 언론들조차 감탄했다. 다저스를 취재하는 일본인 본코바라 고지 기자는 경기 후 두 선수의 프로페셔널한 인터뷰에 감탄받았다면서 오늘 너무 멋진 경기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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