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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새 노조위원장에 온건파가 당선된 이유

현대차 새 노조위원장에 온건파가 당선된 이유

Posted November. 11, 201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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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노동자 욕 많이 먹어 기가 막힙니다. 실리 없고 알맹이 없는 투쟁에 조합원만 멍들었습니다. 그제 현대자동차 새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이경훈 후보의 소감 중 한마디다. 이 위원장은 선거에서 중도와 실리를 표방했다. 이 후보는 2009년에도 노조위원장을 맡아 3년간 파업 없이 노사 상생()을 이룬 경험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5명의 후보 가운데 강성 후보 3명이 1차 투표에서 모두 탈락했다. 특히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파업을 자주했던 현 집행부 소속 후보는 꼴찌를 했다. 회사 측 주장에 따르면 현 집행부는 지난 2년 동안 파업과 특근 거부로 4조 4000여 억 원에 이르는 생산차질을 입혔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지역경제도 어려워지자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법원은 공장을 무단으로 점거해 가동을 중단시킨 노조원들에게 1인당 억대에 이르는 손해배상금을 판결했다.

요즘 경제 불황으로 취업 준비생 100명 가운데 3.5명만이 직장을 잡을 정도다. 현대차는 인기직장이다. 올 신입사원 경쟁률은 83대 1로 사상 최고였다. 평균 연봉 9400만 원(2012년 기준)의 현대차 노조가 임금 인상과 각종 특혜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는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소위 온건파 노조위원장이 당선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뎡된 것이다.

현대차는 국가 경제의 주요 축을 이루는 기간()산업체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8.6%였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 기술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차세대 모델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한 가운데 중국 인도가 쫓아오고 있다. 세계 5위인 현대기아차도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가 눈앞의 이익에서 벗어나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이 4만7000여 명으로 전국 최대다. 현대차 임직원 외에도 1,2,3차 협력업체 5000여 개에 40만 명의 직원이 현대차를 위해 일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노사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동안 좋은 본보기는 되지 못했다. 새 위원장은 26년 낡은 악습을 파기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단체교섭의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겠다고 한 약속을 꼭 지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