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지난달 18일에 이어 두 번째다. 1차 공소장 변경 때는 트윗 리트윗 건수가 5만여 건 더 있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121만 건이나 된다고 검찰은 공소장을 바꿨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 기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포털사이트에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을 비방하는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민주당의 특별검사제 요구를 막기 위해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121만 건 가운데 선거 관련 글이 64만7000여 건, 정치 관련 글이 56만2000여 건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올 6월 국정원 직원들이 포털사이트에 선거 관련 댓글 73개를 달았다는 검찰의 최초 수사 결과 발표 때와 비교해 사건의 무게가 달라졌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중복된 글을 제외한 원래 글은 2만6550건이라면서 선거는 전파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래 글을 리트윗 등의 형태로 확산한) 121만 건이 모두 위법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트위터 내 자동 리트윗 프로그램을 이용해 퍼 나른 것까지 집계하는 바람에 건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수가 몇 건이냐가 본질은 아닐 것이다. 검찰은 자동 리트윗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 자체가 선거에 개입하려했다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선거법이나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있는 정치성 댓글을 달면서 자동 리트윗 프로그램까지 쓴 것은 국정원의 개입 의도를 확인할 수 잇는 대목이다.
1차 공소장 변경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검찰은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2차 공소장 변경은 검찰 내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수사팀의 의지로도 볼 수 있다. 검찰 지휘부도 이제는 섣불리 수사팀의 의견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어제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검찰 지휘부의 외압설을 제기했다.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지난 2년 간 트위터 이용자들이 올린 글 2000만 건을 일일이 확인하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주당도 차분히 이 사건을 지켜보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