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하고 추한 도시의 느낌을 주는 곳 중 하나가 고가도로다. 자동차로 올라서자마자 빨리 내려가고 싶어진다. 어쩌면 그래서 더 빨리 달리는지도 모른다. 고가도로 아래도 마찬가지다. 그쪽 도로를 걷고 싶어서 걷는 사람은 없다. 햇볕은 잘 들지 않고 시야는 막혀있다.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짓긴 했지만 가능한 없애버리고 싶은 필요악이 도심의 고가도로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도로는 1968년 준공된 서울 아현고가도로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의 학자 손정목 씨의 회고에 따르면 아현고가도로가 한창 건설되던 1967년 당시 김현욱 서울시장이 미아리 고개-청계천로-신촌 홍제를 연결하는 동서 관통 고가도로 계획을 들고 나왔다. 이것이 1971년 청계고가도로까지 지어진 계기다. 두 도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고가도로가 한국의 중앙대로인 세종로에 걸쳐있는 모습이 부담스러운 데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청와대에서 보면 동서로 다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어 굳이 연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고가도로는 일반 도로와 달리 수명이 있다. 노후화하면 수리비가 늘어나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 요즘은 도시 외곽이라면 몰라도 도심의 고가도로가 원활한 교통소통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고가도로 위에서는 빨리 달릴 수 있어도 내려올 때가 다다르면 막히기 일쑤인 것이 도심의 교통이다. 실제 청계고가도로를 없앤 후에도 심각한 교통 혼란은 없었다. 고가도로를 없애자 상권은 미관과 함께 활기를 찾았다.
아현고가도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고가도로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멈춰 설 수 없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거기 서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서울시는 아현고가도로 철거 공사 시작에 앞서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민들에게 고가도로를 개방하기로 했다. 자동차에 점령됐던 곳을 걷는 해방감도 만끽하면서 고가도로에서만 볼 수 있는 전망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최초의 고가도로를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는 이벤트로는 괜찮은 듯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