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 수 없는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지난해 10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야훈드트할레 무대에서 가수 이미자 씨(73)가 동백아가씨를 부르기 시작하자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관객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반백 년 가슴에 박힌 설움과 절절한 추억이 그들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갔을 터다. 근로자 파독 50주년을 기념한 공연의 제목은 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 실황을 중계한 방송에서 한 관객은 힘들었던 당시 이 노래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동백아가씨는 이 씨가 1964년 발표한 곡이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 10만 장 넘는 음반이 팔렸다. 요즘으로 치면 밀리언셀러에 해당하는 인기를 누렸으나 유신시절 비탄조에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떠나온 조국이 금지한 노래를 파독 광부와 간호사 2만여 명은 가족과 고향이 그리워 울다 지칠 때마다 목메어 불렀다. 이들에게 이 씨의 노래는 단순한 가요가 아닌 타향살이의 설움을 다독여준 벗이었다.
500여 장의 음반, 2000여 곡을 취입한 엘레지의 여왕이 오늘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 노래 55년 전국 투어 콘서트의 막을 올린다. 1959년 열아홉 나이에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다. 반가운 소식이 또 있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렸던 남진 씨(68)도 내달 3일부터 데뷔 50주년 기념 전국 투어에 들어간다. 1964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한 이래 1000여 곡을 발표한 원조 오빠는 여전히 건재하다.
칠순을 전후한 나이에도 두 사람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의 노래로 위로받은 팬들이 존재하는 덕분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전쟁을 겪고 가난과 치열하게 싸우며 독일로 베트남으로 돈 벌러 가야 했던 시절을 헤쳐 나온 동지로서의 끈끈한 유대일까. 가요사에 금자탑을 세운 가수들의 음악 인생만큼이나 무정한 세월을 견뎌온 동세대 어른들의 곤고한 삶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