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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선 산꼭대기 나무 파내고 옥수수 심는 게 하루 일과

북에선 산꼭대기 나무 파내고 옥수수 심는 게 하루 일과

Posted April. 14, 20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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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크고 작은 나무가 모두 잘려 나갔어요.

채널A의 인기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 출연해 탈북 미녀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은하(27), 김아라 씨(24)는 떠나온 북녘 산하를 이렇게 기억했다.

2003년 탈북한 신 씨는 함경북도 무산에 살던 시절에 대해 산에 있는 나무를 땔감용으로 모두 잘라 나무 밑동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은 보도 주변에 나무가 많아 길이 좁게 느껴질 정도지만 북한은 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봐도 굵은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는 것.

2009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탈북한 김 씨 역시 고향이 심하게 헐벗어 있었다고 전했다. 동네 산이 황폐해지자 나무 심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산을 푸르게 할 여유가 없었다. 북한은 최근에도 산림 복원 10개년 계획을 통해 2023년까지 총 65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 등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사회주의 공급체계가 사실상 마비됐다. 북한 주민들이 산에서 땔감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개간을 하면서 황폐화가 가속화됐다.

신 씨는 초등학교 다닐 때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호미나 낫을 들고 동네 산으로 올라갔다. 전교생 700여 명이 나무를 베고 뿌리까지 캐낸 뒤 그 자리에 식량으로 쓸 옥수수나 콩을 심었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학교에서는 물론 집에 와서도 아버지와 앞산 나무를 다 베어내고 기장과 옥수수 밭으로 만드는 게 하루 일과였다고 기억했다.

북녘 산하가 민둥산이 되면서 북한의 공기질도 악화되고 있다. 신 씨는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공기 맑죠?라는 질문을 받는데 완전히 틀린 말이라며 연료 부족으로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까지 태우면서 굴뚝마다 시꺼먼 연기와 재가 쏟아져 나왔다. 10분만 밖에 있어도 코 밑이 까매질 정도였다고 했다.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8년 평양의 연평균 아황산가스 농도를 0.009ppm으로 발표했는데 같은 해 서울의 아황산가스 농도(0.006ppm)보다 높은 수치다. 아황산가스는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이들은 북한의 산림을 푸르게 하는 작업이 통일을 대비한 투자라고 입을 모았다. 신 씨는 북한 땅도 통일이 되면 우리 후손들이 살아야 할 땅인 만큼 녹화사업을 도와야 한다며 동아일보-채널A의 나무 한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도 같은 취지인 만큼 나부터 모금에 참여하고 주변에 적극 알릴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북한에 묘목을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북으로 보낸 나무가 땔감이 되거나 다른 나라로 다시 팔린다는 얘기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북한에 살 때 꼬마들이 잘려나간 나무 밑동을 식탁 삼아 소꿉놀이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산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를 심고 싶다고 말했다.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