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그동안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던 삼성그룹 의 삼성생명이 임원 70명 중 15명의 보직을 없앴고 본사 근무 직원 6700명 중 1000명을 희망퇴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여의도 감원 태풍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삼성증권도 이번엔 임원 6명, 직원 300500명을 내보낼 차비를 하고 있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구조조정 태풍은 보험 증권 은행 등 금융업계 전반에 만만찮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회사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성장이 정체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재계의 선두인 삼성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마당에 어느 회사도 감원 바람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제조업체라면 불황기에 설비투자를 줄이고 자산을 매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 장사인 금융 부문에선 인적 구조조정이 제일 쉬운 방편이다.
금융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물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는 교훈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에서 얻은 바 있다. 지금 금융권 구조조정 바람은 재계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재계의 새판 짜기는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확실히, 그리고 신속하게 해야 효과가 있다. 강성 노조에 발목 잡혀 어정쩡하게 시늉만 내서는 곤란하다.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면 임원에게도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사의 경우 진입 규제의 문턱이 낮아지고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어 제 살 깎아먹기 출혈 경쟁 탓도 크다. 증시가 침체되면서 주식중개업무(브로커리지)에 의존한 천수답() 식 수익모델을 고집한 경영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몸집 줄이는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체질을 키우는 것도 시급하다.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규제가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고 금융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증권사도 주식매매 비중을 줄이는 대신 종합자산관리 업무를 강화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제 살 깎는 무한 경쟁도 자제해야 한다. 호황기에 너도 나도 몸집을 키우다가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부터 잘라서는 선진금융으로 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