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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과 군인 아들

Posted August. 19, 201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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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들에게 맞아 죽은 윤 일병 사건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남경필 경기지사 아들의 후임병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인으로서 사안의 심각성을 익히 아는 남 지사는 일요일인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부터 올렸다.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점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더 큰 파장이 벌어졌다. 사회지도층이라니? 누가 당신에게 사회를 지도하라고 했단 말인가? 스스로 권력자임을 내세우는 듯한 표현에 누리꾼들이 분노한 것이다. 잘못을 깨달은 남 지사는 황급히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라고 수정해 올렸다. 그러고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오후 9시경 더 겸손하게 바꾸었다. 군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로서 모든 것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그럼에도 밑에 달린 댓글은 차갑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습니다. 남경필 사퇴하라는 물론이고 남경필 대선 도전 물 건너갔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아들의 폭행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남 지사는 군 내 가혹행위를 걱정하는 기고문을 일간지에 게재했다.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라고 했다.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낸 것이 12일이고 아들의 폭행 사실을 이튿날 통보받았는데도 기고문을 철회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난이 거세다.

연좌제 금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자식이 저지른 잘못엔 부모가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군부대에서의 자식 행동까지 부모가 통제할 순 없다. 그래도 권력자 아버지를 믿고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에 여론은 더 냉랭한 것 같다. 남 지사가 아들 문제로 사퇴하는 게 타당한가는 또 다른 이슈이지만 이번 사건이 군 폭력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는 된다. 자식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는 아버지들, 군에 간 아들도 다시 봐야 할 때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