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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한적 총재와 그레이스 언니

Posted September. 26, 201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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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그레이스 언니라고 부른다. 박 대통령 이름 끝의 은혜 혜() 자를 영어로 푼 호칭이다. 두 사람의 친밀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2012년 대통령선거 때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 같은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제를 모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 후보로 세인의 입에 올랐으나 입각 리스트에 그가 안 보인 것은 의외였다.

그는 작고한 대성산업그룹 김수근 회장의 3남 3녀 중 막내딸이다.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김영훈 대구도시가스 회장이 그의 오빠다.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대)인 앰허스트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부모님께서 학비는 지원해 주셨지만 사업은 내 손으로 일궜다고 강조한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가의 자녀들과는 성장 과정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핸드백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를 경영하는 김 회장은 기업을 경영할 시간을 언제 내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외부 활동이 활발하다.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포천 등 해외 언론사의 영향력 있는 인사 리스트에도 자주 오르내린다. 그가 최근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로 내정된 것은 파격 인사다. 박 대통령이 그에게 보은() 인사를 했다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한적 총재에 어울리는 경륜과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의문이다. 역대 한적 총재에는 김상협 강영훈 정원식 등 국무총리를 지낸 중량감 있는 사람이 많이 등용됐다. 적십자사의 구호 활동 이외에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중책이 주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을 챙긴다고 하더라도 줄 자리가 있고 안 줄 자리가 있다. 한적 총재 자리는 김 회장의 몸에 잘 맞지 않는 옷 같다. 새 한적 총재로 경영 마인드를 갖춘 기업인 출신을 굳이 쓰려고 했다면 경제계의 거물을 기용했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이런저런 인사를 두고 수군대는 말이 박 대통령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