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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를 흔드는 다이빙벨

Posted October. 03, 20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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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현장에서 소동을 일으켰던 다이빙벨이 어제 개막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다이빙벨은 4월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20시간 연속 작업을 할 수 있는 희망의 잠수 장비로 소개됐다가 어처구니없는 실패로 끝난 뒤 자취를 감췄다. 이 다큐는 당시 팽목항에서 다이빙벨을 적극 알렸던 이상호 전 MBC 기자 등이 그 과정을 찍어 77분짜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씨 등이 다큐를 찍든, 영화로 제작하든 본인의 자유이지만 영화제 측이 굳이 이 다큐를 초청작으로 선정한 것은 의아스럽다. 해프닝 수준을 넘어 대()국민 사기로 막을 내린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는 19년 전통의 국제영화제라는 격에도 맞지 않는다. 개최지 부산시의 서병수 시장은 상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세월호 일반인 유족들도 황금 같은 구조 시간을 허비한 다이빙벨 다큐의 상영은 유가족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라며 상영 중단을 요구했으나 주최 측은 요지부동이다.

11일까지 열리는 올해 부산영화제의 공식 페이스북 이미지는 세월호 노란 리본이었다. 영화인 1123명은 오늘 진상조사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선언을 발표한다. 감독 김기덕 박찬욱, 배우 송강호 김혜수 문소리 등이 동참했다고 한다. 앞서 일부 영화인들은 세월호 유족들의 광화문 농성장에서 동조 단식을 하기도 했다. 다이빙벨 상영이 우발적으로 이뤄진 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바람에 올해 부산영화제는 개막작 폐막작 같은 영화제 본연의 작품들이 관심권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작품의 질과 품격이 중요하다. 올해 광주 비엔날레는 홍성담 씨가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을 그린 세월오월이란 작품을 출품했다가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닭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했으나 결국 전시를 유보했다. 정치색으로 물든 문화예술행사는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자리 잡은 부산영화제라는 공든 탑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