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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9시 등교 학부모와 학교에 맡기는 게 좋다

서울시 9시 등교 학부모와 학교에 맡기는 게 좋다

Posted November. 04, 20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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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내년부터 초중고 학생들에게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적절한 수면과 휴식을 통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9시 등교제는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3인의 진보교육감들이 함께 추진한 공약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올 2학기부터 강행한 9시 등교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침잠을 더 자고 아침밥을 여유 있게 먹을 수 있게 된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입시부담이 큰 고등학교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맞벌이 부부들의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의 여건은 또 다르다. 서울은 도농복합단지가 많은 경기도와 달리 통학거리가 짧아 30분 늦게 등교하는 이점이 크지 않고 맞벌이 부부도 경기도보다 많다. 학생들이 9시에 등교할 경우 출근차량과 등교차량이 뒤엉켜 교통체증이 극심해질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교육청이 두 달 전 9시 등교에 대한 장학사들의 의견을 모았을 때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무엇보다 9시 등교를 좌파 교육감들이 연대해 사회변혁 운동 차원에서 시행한다는 발상이 문제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9조는 수업 시작시각과 끝 시각을 학교장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학교장 재량권을 무시하고 형식적 설문조사를 통해 이를 밀어붙여 문제가 됐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와 협조해 이른 아침시간 학원 수업 개설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침잠을 줄이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학생도 있고 그 시간에 좀더 잠을 자고 학교공부를 충실히 하겠다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교육감이 나서기 보다는 학생과 학부모과 학교의 자율에 맡길 일이다.

미국에서는 등교시간을 늦춘 결과 성적이 올라가고 학교폭력이 줄어들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서울도 이런 연구결과를 포함해 경기도의 9시 등교 성패를 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조 교육감이 교육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개 자립형 사립고 지정을 취소해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 교육감은 교육부 의견을 받아들여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번복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이 경기도를 본보기로 삼는다면 9시 등교만 따라하지 말고 자사고 정책에서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